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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어머니)의 한 문장을 적어보기

by 예쁜딸서연맘 2024. 5. 8.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이 즈음엔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더욱 많이 생각나곤 한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을 막 시작하는 5월에 세상을 등지셨다.

마흔 초반의 나이에 아이 다섯을 남기고서 편히 눈을 어떻게 눈을 감으셨을까?

그 이후 친정 아빠의 생신을 난 챙기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은 음력 4월 20일이었고, 아빠의 생신은 4월 24일이었다.

난 엄마를 잃은 슬픔에 아빠의 생신은 잊고 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동생들을 놓아두고 가출하다시피 집을 나왔다

그해 말 새엄마가 들어오셨고, 다음에 겨우 졸업을 한 나는 서울 고모님 댁에

몇 개월 잠시 얹혀살았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나는 매일 아픈 딸이었고 엄마의 일손을 하나도 돕지 못했다.

엄마에게 다정하게 말도 하지 못했고, 항상 짜증과 투정만 부렸다.

철없는 딸에게 엄마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난 자책과 실망으로 그 후로는 홀로 더욱 힘들었던 거 같다.

한동안 어린 동생들이 가여웠어도 명절에도 집에는 가지 않았다.

그 동생들이 새엄마 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생각도 못 하고, 고아 같은

나만 힘든 거 같았다.

오랫만에 나선 운동길엔 지천으로 꽃들이 피어 있다.

한참을 지나서야 엄마의 돌아가신 날보다 아빠의 생신을 챙길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아빠는 항상 새엄마 눈치 보느라 자식들을 계속 섭섭하게만 하셨다.

남겨진 동생들도 겨우 고등학교, 중학교를 마치고 스스로의 삶을 힘겹게

책임져가면서 살아가야 했다.

그 이후의 모든 삶도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취업을 하고 가계를

이루었고 그래도 지금은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아주고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엄마의 말씀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 나는 나 밖에 몰랐고 엄마 말씀을

귀 기울어 듣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도 엄마는 늘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너는

인복이 있으니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 거라'라고 말씀해 주시고는 했다.

나는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아프다.

기회를 남겨 두지 않으시고 가신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는 내 사랑하는 딸에게도 좋은 엄마인 거 같지는 않다.

딸의 말대로 정반대의 가치관으로 자주 부딪치면서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맞다.

딸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데

엄마의 생각을 가르치려고 하고 강요하는 게 아닌지?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데 지시하고 문제를 제시하는

그런 엄마여서 힘들어하는 딸이다.

오늘 사랑하는 딸에게서 어버이날이라고 편지를 받았다.

이제 고2인 딸은 엄마에게 용돈을 받는 거조차 싫어한다.

그래서 편지 카네이션이 아니라 편지 한 통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평소 잘 표현하지 않고 시크한 우리 딸 이 '엄마를 사랑한다'라고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앞으로 자기가 더 공감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표현은 안 하지만 항상 사랑한다'라고

엄마인 나는 더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하다.

이제 믿어주고,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면서 함께 가야겠다.

생각은 늘 하지만 잘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서로의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엄마인 내가 노력할 일이다.

어디에 피어도 에쁜 꽃들처럼